옛날 얘기

학교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랜만의 전화라서 '결혼하냐?' 했더니 배시시 웃는다.
상대는 조금 떨어진 교회의 청년이라고 한다.
전화를 끊고, 기분이 묘했다.
잘 생각도 나지 않던 대학생활.

배우는 공부가 내게 맞질 않았다.
그래서 그저 학점만 차곡차곡 모아가며 취업을 준비하던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너무나 무력해 보이는 시간.
내 꿈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위해서 공부해야만 하던 시간.
차 타고 다니는 걸 힘들어 해서 근처 고시원에서 자취를 했다.
1평 남짓한 그 곳에서 잠을 자고, 학교를 오가던 단순했던 생활.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 때즈음 나는 하나님을 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슨 색이든 받아들일 상태라. 어린 상태라.
내가 바로 서있기 전까지 친구들을 멀리하기로 작정했었다.
내가 하나님을 알지 못한채, 사람을 통해 인생을 알아 버릴까 두려웠다.
그래서 외롭기도 했다.
내 생활속에서 전혀 피할 구석도 없었다.
다가오는 세월을 마주대할 뿐이었다.
고시원 앞 작은 교회에서 날마다 기도했다.
무엇을 기도했는지도 모르겠다.
하나님, 나를 긍휼히 여겨주세요.. 하나님, 나를 긍휼히 여겨주세요..

그 때즈음 나를 따르던 후배들이 몇 명 있었다.
그 아이들에게 집요하게 하나님을 전했다.
그 아이들을 한 두번, 교회를 데리고 갔지만, 
아직 초신자가 시험기간에 교회를 나온다는 것은 벅찬 일이다.
생각해 보면 참 웃긴 전도방법이었는데,
남들은 시험공부로 바쁜 시간에, 연습장에 만화 전도지를 그렸다.
그리고 그 황당한 만화를 들이대며 전도하고 설득했다.

벌써 10년 된 이야기이다.
그렇게 만화로 전도한 친구가 신실하게 교회를 다니며,
또 다른 믿는 청년과 결혼을 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했다.
내 지난 10년의 시간은 잊고 있었는데..
작은 교회서의 그 기도를 생각해 본다.

얼마전, 누군가에게서 메일을 받았다.
너무나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나님을 알기 전과 비교해 볼 때 상황은 절망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내게 이렇게 고백했다.
비록 현실은 힘들지만, 내가 오늘 감사할 수있는 것은
다른 모든 것을 대신해서 내 참 신랑되신 하나님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내 신랑되신 하나님이 나를 긍휼히 여겨주셨습니다.

by 요셉이 | 2009/10/26 11:57 | 일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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