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도 캘린더를 만들고 있습니다.
벌써 5번째입니다.
매 번 그래왔지만,
이번에도 이 일을 진행할 만한 경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인쇄 할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과연 올 해도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굿네이버스 자체내에서 공급하는 캘린더를 저희가 맡고,
거기서 나오는 경비로, 다시 캘린더를 제작해서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제는 무엇으로 잡을까 하다가
재작년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로 정했습니다.
이번에 진행한 생명수 프로젝트와 맥을 같이 하고 싶었습니다.
우선 굿네이버스에 공급하는 캘린더와 글의 시안이지만,
기본틀은 비슷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캘린더를 통해 흘러가길 원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내용은 다음에 나누겠습니다.)
2010년 캘린더 기대해주세요. ^^
굿네이버스를 통해 2년 만에 다시 아프리카를 찾았다.
지난 번 아프리카 방문때는 항공일정에 문제가 생겨서
2박 3일이나 공항에서 갇혀 지내야만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내가 들르는 공항마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몇 시간을 지체하거나,
타야할 비행기를 놓치곤 했다. 웃지 못할 상황들이지만
지난번의 경험이 약이 되었던지 마음 편히 생각하기로 작정했다.
이런 경험들이 아프리카의 정서를 몸에 익히는 첫 관문인 셈이다.
무슨 국제선 비행기가 시골정류소를 달리는 완행버스 마냥 이리도 정겹냐고 생각해 버리면 되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한달 동안의 짧은 여정이지만 벌써 아프리카를 6개국 정도 다녀왔다.
아프리카라면 다 비슷할 줄 알았는데
각 나라마다 사람들과 성격과 나라의 풍경과 빈부의 정도가 달랐다.
특히, 이번에 방문했던 나라는 더욱 비교가 되었다.
그 중에 차드 라는 나라는 내가 방문했을 당시, 계절이 겨울이었지만 50도의 뜨거운 폭염이 내려쬐는 곳이었다.
이런 무더위 속에서 촬영하는 동안 체력적 고갈은 기본이고 이외의 몇 가지 어려운 점들이 있었다.
일단 가장 기초적인 사진촬영의 노출이 문제였다.
사람들의 얼굴은 새카많고, 햇볕은 수직으로 내려 쬐는데다, 배경은 새하얗고, ..
정말 배경이라곤 찾기 힘들었다.
황량하고 갈한 들판, 나는 그 속에서 풍요로움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배경을 살리려고 하면 까만 아이들의 표정은 보이질 않고,
얼굴을 살리자니 배경이 새하얗게 날아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체력적인 문제나, 기술적인 어려움 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한 것이 있다.
나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들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 그리 녹록치가 않다.
차라리 비참할 정도다.
하지만 그들의 현실이 어떠하든, 궁극적으로 그들을 향한 인생의 계획을 따라 피어날 기쁜 모습들.
그런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것이 내 주된 방향이다.
하지만 이번 여정에서는 지난 내 사진들과 달라야 한다고 각오했다.
나는 그들의 눈물을 담아야 했으며, 그들의 아픔을 담아야 했다.
그래서 그것으로 이들을 알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 이 아이들을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각오 때문이었을까? 이번 아프리카 촬영 내내 많이도 울었던 것 같다.
특히, ‘두와라 딤실로’라는 마을에서 만난 ‘유뉴스 이삭’이란 아이가 그랬다.
먹지 못해 뼈만 앙상하던 생후 6개월 정도의 여자아이였다.
이 아이의 사진을 찍을 때 입술을 깨물고 울음을 견뎌야만 했다.
우리가 부탁을 해서 만원짜리 영양제를 맞혔는데,
아가용 나비주사바늘로도 아이의 팔에 바늘을 꼳을 수가 없었다.
워낙에 앙상한 팔이라서 혈관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아이는 소리도 나지 않는 비명과 표정으로 아픔을 호소했다.
결코 길지 않던 시간동안 호흡하기도 힘들었다.
두 번의 실패 후, 성인용 긴 주사바늘로 겨우 성공했다.
아이는 잠시 후에야 안정을 되찾고 잠에 들었다.
이삭이와 헤어지고 긴 체류기간을 뒤로 한채 늦은 밤, 비행기를 타고 그 나라를 떠나왔다.
현지에 계신 굿네이버스 지부장님을 통해 아이에게 필요한 분유가 지급되었다.
그리운 한국 집으로 도착할 때까지 이 어린 여자아이의 눈망울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한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 목마른 땅에 우물 하나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이삭이 뿐만 아니라 내가 만난 많은 아이들이 수인성질병 때문에 아파하고 있었다.
차드와 카메룬을 인접한 마을에서는 오염된 우물조차도 없어서
그저 강물을 떠마시는 아이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발이, 혹은 배꼽이 성인 주먹만큼 부어오르는 등의 수많은 질병 속에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저 깨끗한 물 한모금이면 그들을 살릴 수 있을텐데..
하지만 불행중 다행인지 지반이 약한 편이라 기계를 동원해서
150m의 암반수를 뚫어 펌프를 설치하는데 2000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꽤 큰 돈이겠지만, 한 마을과 그 인근 마을의
수 백명 목숨을 살릴 수 있는 비용으로 치자면 차라리 싼 편이었다.
한 달여 시간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물 하나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하는 소망으로 시작한 이 일이
자그마치 우물 10개를 훨씬 넘게 만들어 선물해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c.s루이스는 자신이 부족함을 느낄 정도로 나누는 것이 구제라고 말했는데
이 일을 다 마치고도 우린 아직까지 부족함 하나 없어 풍요롭기만 하다.
그것은 잘 사는 것의 주제는, 곧 행복함의 기준은
얼마나 풍족한 ‘생활’을 누리느냐가 아니라 잘 사는 ‘사람’에 있기 때문이라 믿기 때문이다.
우물에 대한 모금을 마감할 때즈음 저 먼 아프리카로부터 ‘유뉴스 이삭’의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아이는 굿네이버스에서 전달받은 분유를 먹고, 일주일을 살다가 결국 죽고 말았단다.
준비해 간 분유를 먹고, 아이는 다시 건강해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결국 아이는 죽고 말았다. 안타깝지만 이게 그 땅의 현실이다.
매 년 만들어 나누는 이 캘린더의 이번 주제를 아프리카로 잡은 것은 이 때문이다.
혹 이 땅에 사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웃음과 눈물과 삶이 전이되어
이 기쁜 일에 함께 동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소망을 담아 만들게 되었다.